[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블루쓰나미'가 현실화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가 국내 반도체주를 강타했다. 월가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위축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실제 수요 감소보다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이 지연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만큼 최근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와 조과반을 확보했다. 텍사스지아, 오하이오 등 주요 데이터센터 투자 지역에서도 규제 강화를 공약한 민주당 주지사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AI 인프라 투자 위축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된 텍사스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의 일시 중단을 공약한 민주당 소속 지나 히노호사 후보가 주지사에 당선됐다. 향후 인허가와 전력 공급 관련 정책 변화가 데이터센터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가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주 강세론자로 알려진 댄 아이브스 요크빌 아이브스 선임 매니징 디렉터는 이번 선거 결과를 "향후 몇 년간 미국의 AI 혁명을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 속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각변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전역에 계획된 800~1000개 데이터센터의 건설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우려는 금융시장에도 반영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3.03%, 1.58% 상승했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13% 하락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도 각각 3.17%, 7% 내렸다.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한국거래소는 5일 오전 10시 16분 코스피 시장에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발동된 56번째 사이드카로 매도 사이드카로는 29번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각각 7%대와 9%대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가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 축소로 이어질 경우 HBM과 서버용 D램 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가 실제 투자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전력망 접속이 선거 이전부터 데이터센터 건설에 가장 큰 제약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규제의 방향이 '건설 금지'보다는 '계통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설계'로 수렴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규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데이터센터 설비 용량을 최대 13기가와트(GW)로 추산했다. 이는 2035년까지 예상되는 미국 데이터센터 신규 증가 용량 150GW의 약 8% 수준이다.
주요 AI 기업들이 이미 규제에 대응할 기술적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텍사스에서 자체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구글도 1GW 규모의 전력 수요 조절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존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이처럼 자체 발전과 전력 사용량 조절 등을 통해 데이터센터 건설 제약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반도체 수요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텍사스 지역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더라도 충격은 2028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수준에 그치고 장기공급계약(LTA)에 기반한 HBM 수요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범용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에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HBM 생산 확대에 따라 범용 D램 공급이 제약받고 있다는 점에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수주잔고와 빠르게 늘어나는 매출을 감안하면 설비투자를 계속 미룰 수는 없으므로 수요 감소가 아니라 순차적 이연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 역시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가 투자 중단보다는 비용 증가와 건설 일정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지만 강력한 규제를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의석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우회하는 데 필요한 60석이나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방 차원의 데이터센터 건설 전면 금지보다는 비용 분담과 주정부 차원의 전기요금·세제 조정 등이 현실적인 규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규제 영향을 '중단'이 아닌 '비용·지연·입지 재편'으로 평가하며 국내 증시의 중장기 전망을 유지했다.
한편 미국의 규제 강화가 해외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내 규제를 피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투자 지역 다변화가 진행되면서 국가 주도 AI 사업 수요가 강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관련 프로젝트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