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험]④한화 김동원, ‘형·제’에 낀 ‘넛크래커?’…‘여승주빨’ 해소 과제
[기업탐험]④한화 김동원, ‘형·제’에 낀 ‘넛크래커?’…‘여승주빨’ 해소 과제
  • 윤서연 기자
  • 승인 2024.04.23 09:43
  • 최종수정 2024.04.23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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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한 존재감 극복 가능할까…해외사업 성과 관심 쏠려

[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에 대한 시장의 관심과 기대감은 떨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그룹 사업 개편에서도 장남과 삼남의 존재감이 부각된 데 반해 차남인 김 사장은 주목받지 못했다. 과거 한국 경제의 존재감을 상징하던 ‘넛크래커’같은 입장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기반이 닦인 금융 부문을 물려받았음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 부문이 그룹 내 비핵심 전력으로 사업이 분류되어 차남의 입지도 점차 좁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인공지능(AI) 솔루션과 차세대 반도체 정시 사업 등 인더스트리얼솔루션 사업을 인적분할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지주를 설립키로 의결했다. 지난 3일에는 ㈜한화의 모멘텀 부문이 물적분할해 한화오션과 한화솔루션에 일부 사업을 양도키로 결정했다. 건설 부문의 해상풍력과 글로벌 부문의 플랜트가 한화오션으로 넘어간다. 모멘텀 부문 내 태양광 장비는 한화솔루션에 양도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적분할 개요. 자료=한화에어로스페이스.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적분할 개요. 자료=한화에어로스페이스.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이번 사업 개편 뒤 그룹의 구심점인 ㈜한화를 중심으로 방산·항공우주 부문과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쪼개진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역할이 중요해지는 그림이다. 자연스레 승계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구도다.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또한 최근 입지를 다지는 소식을 전했다. 부친이 오래도록 공들인 이라크 비스야마 프로젝트의 재개 책임자로 김 부사장이 낙점됐다. 본 계획대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면 7조원 가량의 매출 인식과 더불어 김 부사장 개인 역량을 드높일 수 있게 된다. 부친이 직접 장남과 삼남의 사업장을 찾으며 이슈 몰이에 한몫했다.

장남과 삼남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안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비교적 잠잠하다. 해외 진출의 성과를 두고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을 뿐 입지를 공고히 하는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해외 사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있다고 볼 수 있다”며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기대한 수준의 실적이 나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한화생명의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영업수익 1502억원, 당기순이익 47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08년 현지 법인 설립 후 첫 흑자 달성이다. 이에 한화생명은 해외 자회사로부터 첫 배당을 받는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 현지법인에서 현금배당을 받는 건 최초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외 부문의 성과는 인정하면서도 차남인 김 사장의 공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화생명의 밸류업은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의 업적으로 보는 게 맞다”며 “한화그룹 내 재무통인 여 부회장이 대표이사 취임 후 △금리 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IFRS17 대응 등 대내외 이슈에 잘 대응한 결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여 부회장은 2019년 3월 각자대표로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했다. 같은 해 12월 단독대표로 취임했고, 지난해 9월 한화생명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화생명 전략기획실장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등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의 브레인으로 불린다. 2021년 4월 보험사의 제판분리(제조·판매) 시행은 여 부회장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자회사 식의 법인보험대리점(GA)을 설립해 영업력·수익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이에 보험업계 판도를 바꿨다는 찬사가 나왔다.

그는 이어 “김동원 사장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여승주 부회장의 존재감을 고려해야 한다”며 “여 부회장이 한화생명에 몸 담고 있는 동안은 그 존재감에 가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 부회장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2023년 3월 열린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2년 연임이 확정됐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

한편 여 부회장은 지난해 성과를 인정 받아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55만7523주를 부여 받는 계약을 한화생명과 체결했다. RSU는 일정 성과를 달성한 임직원에게 회사가 현금 대신 양도 시점을 제한해 지급하는 일종의 주식 성과급이다. 앞서 여 부회장이 받은 RSU까지 감안하면 현재까지 부여된 RSU는 총 201만4194주다. 김동원 사장은 지난해 성과에 기반해 44만9360주의 RSU 계약을 한화생명과 맺었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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